첫 직장부터 지금까지..

2021년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상반기에 바로 취업했다.
코로나로 인해 짧아진 2주간의 인턴십 이후 대기업 IT 계열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코테 공부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서 그 당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클라우드 SA로 취업하게 된 것이다.

첫 직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계속 학습하고, 틈날 때마다 클라우드 자격증을 땄고(자격증 인센티브만 200정도 받았다), 기존 시스템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도 하면서 스스로 업무의 의미와 재미를 찾아가려고 많이 노력했다.

마침 내가 있던 팀은 생긴 지 2년 정도 된 신생팀이었고, 팀 구조나 업무 역할도 명확하지 않았으며 구조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인력도 많이 모자란 상황이었고, 계속해서 경력직도 충원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팀 상황 덕분에, 이미 수습 기간 3개월이 끝나기도 전에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또 신입사원으로서 내게 주어진 일들을 군말 없이 해냈고 나름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입사 3개월 이후부터 퇴사자가 생기기 시작했고, 한둘씩 퇴사하기 시작했다.
퇴사자 인수인계도 받고, 업무 범위는 점점 늘어갔으며 사실 이때부터 조금씩 지쳐갔던 것 같다.
그래도 마음이 맞는 동료, 선배들이 있어서 나름 즐겁게 회사생활을 했다.

그 와중 파트리더가 퇴사했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일선에서 요청사항들을 정리해 주고 몸빵해 주던 흔히 ‘탱커’가 사라지자, 업무가 다이렉트로 꽂히면서 부담이 2배는 됐던 것 같다.
한 달 내내 야근했고, 바쁜 시기에는 일주일 내내 매일 지하철 막차를 타고 퇴근하면서 어떻게든 일을 해냈다.

결국 예스맨은 아니라고 하기보다 떠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업무를 하면서 느낀 개발에 대한 갈증, 체계적인 구조, 좋은 동료, 근무 환경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을 기준으로 몇몇 회사에 지원을 시작했다.

그렇게 결국, 센드버드에 오게 되었다.


처음 합류했을 때 인턴으로 시작했고, DB 관련 작업 자동화 및 플랫폼 유지보수가 주 업무였다.
장고를 처음으로 써보고, React, Typescript, 테라폼, Helm 차트 등등 처음 보는 프레임워크와 언어를 지지고 볶으면서 6개월을 보냈다.

처음 인턴을 시작했을 때, 이미 약 1년간의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면 3개월 안에 정규직 전환을 해주는 것으로 약속받았다. 정규직 전환도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모든 게 좋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입사 후 1달이 좀 더 지났을 때, 회사는 Wartime을 선언했고, 다가올 경제위기, 투자 축소에 대비해 채용 TO는 모두 동결되었다. 우리나라에선 당시 무슨 경기침체냐 했지만, 실제로 그것은 대단한 선견지명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턴십 기간은 3개월이 아닌 6개월로 단축 없이 진행되었고, 6개월 인턴을 마친 이후에는 계약직으로 1년간 재계약했다.

인턴, 계약직이라는 포지션은 내 스탠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별히 생각해 둔 커리어 패스는 없지만,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DBA로써의 업무도 소화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클라우드를 다루면서 익숙한 부분들이 많아서 크게 도움이 되었지만, DB는 아직도 어렵다.

계약직으로 재계약을 하면서 연봉도 오르고, 사실 크게 불만은 없었다. 회사 상황도 이해가 되고…
워낙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랬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인턴십 만료와 계약직 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재계약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수시로 링크드인이나 채용공고를 살폈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팀에서 한 분이 퇴사하셨고, 나는 그분의 업무를 인계받아 진행하게 되었다.
퇴사하신 분의 고유 업무 중 오픈소스 DB 샤딩 솔루션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분을 제외하면 팀 내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해당 업무를 누가 맡아서 할지에 논의 하는 자리에 내 이름이 언급되었다.
아마 빠르게 학습하고, 어떻게든 일을 해내는 모습이 팀원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고통받았다. 또 고통받고 있다. 샤딩의 ㅅ 짜도 모르던 내가 졸지에 샤딩 솔루션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부족하지만, 퇴사하신 분의 자리를 어떻게든 메꾸려고 노력했다.

마침 해당 솔루션이 핵심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진짜 샤딩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빈약한 참고 자료에 한글로 된 블로그도, 자료도 없지만, 유튜브 영상, 공식 문서, 코드, PR 들까지 하나씩 살펴 가면서 공부했다.

다행히도 이런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렇게 샤딩 솔루션과 지지고 볶으면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달리던 중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앞서 퇴사자가 생긴 우리 팀은 채용을 위해 노력했지만, 어려워진 요즘 경기에 경력직 채용은 쉽지 않았고, 당장에 지금 회사에서 쓰고 있는 기술 스택이나 경험치들이 일반적인 DBA로써는 경험하기 쉽지 않은 것이기에 더더욱 어려웠다.
TO가 생겼을 때부터 나에게 해당 TO를 주는 거로 이야기했었지만,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채용이 잘 진행이 되지 않자 결국 나에게 TO가 돌아왔다.


오퍼레터를 받았다.

사실, 계약직 1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떠날 생각이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제안받기도 했었고, 계약직이라는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점점 지치기도 했던 터라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퍼레터를 받고, 뛰면서 기뻐했지만, 오히려 결정은 차분하게 3일 뒤에 내렸다.
리크루터 분이 3일 뒤에 오퍼 내용에 관해서 설명해 주시는 미팅을 잡으셨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바로 수락한다고 했을 것 같다.
동시에, 내가 수락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도 하면서,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 동안 데인 경험 때문에 실제로 모든 프로세스가 마무리되기까지 기쁜 감정은 잠시 마음속 한구석에 처박아 두기도 하면서 심경이 매우 복잡했다.

오퍼레터를 수락했다.

계약직과 정규직 보상의 차이는 단 하나, 스톡옵션이다. 다른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규직 전환과 동시에 연봉 인상, 생각보다 많은 스톡옵션은 감히 거부하기 어려웠다.

스톡옵션의 가치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연봉에서 내가 이직하게 된다면 불렀을 금액을 정확히 그대로 제안받았기에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정규직이 되었고, 주변에서 많은 동료가 축하해 주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기도 부탁했던 친구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했고, 너무 행복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프로젝트는 하드 마감이 11월, 자체 마감이 9월인데 슬슬 마감이 다가오고 있고, 일정 압박이 시작되었다. 요새는 취준생 모드로 돌아온 느낌이다. 하루에 6시간 자고, 밥 먹으면서도 일하고 14시간 정도는 일을 하는 것 같다.
다행인 건, 재밌다. 일이 너무 재밌고, 새로운 걸 공부하고 실제로 시스템에 적용하고 하는 게 너무 재밌다.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게 받고, 가끔 과로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긴 하지만 아직 정규직 전환 버프가 남아 있어서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아마 내년이나 회사를 떠날 때가 돼서 다시 회고한다면, 지금을 압축성장의 시기라고 할 것 같다.